Gallery832 Story 007 | 자연과 삶 사이에 놓인 공간

Gallery832의 테라스와 짧은 브리지는 자연을 가까이 받아들이면서도 개인의 삶을 보호한다. 사용할 수 없는 비움이 집에 높이와 깊이, 시선의 여유를 만드는 이유를 담았다.
테라스가 넓은 타입의 단위세대에서 브리지와 수직 오픈 공간, 테라스와 도시 풍경이 함께 보이는 장면

테라스가 넓은 타입의 단위세대 2층에는 아주 짧은 브리지가 있다.

몇 걸음이면 건널 수 있는 거리다. 그러나 그 짧은 이동에는 Gallery832가 자연과 개인의 삶을 연결하는 방식이 담겨 있다.

브리지의 한쪽 아래에는 테라스가 있고, 다른 쪽 아래에는 세대 현관이 놓인다. 브리지를 건너는 동안 한편으로는 실내공간이 이어지고, 다른 한편으로는 창과 테라스를 넘어 외부의 풍경이 보인다. 실내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빛과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집 안을 이동하면서 잠시 시선은 외부로 멀어진다.

공유되는 공간을 지나 오롯이 자신만의 공간으로 들어가기 전, 실내와 외부를 동시에 마주하는 순간이다.

평면만 보아서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공간이다. 동선의 길이만 생각한다면 짧은 통로에 비해 과한 계획으로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좋은 공간의 가치는 언제나 면적이나 이동의 효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실제로 그곳을 지나고 머물러 보아야 비로소 알게 되는 감각이 있다.

브리지 위에 서면 아래의 두 공간은 서로 다른 성격으로 다가온다. 한쪽의 테라스는 빛과 바람을 받아들이는 외부의 영역이고, 다른 쪽의 세대 현관은 집으로 들어온 뒤의 첫 장면이다. 브리지는 그 두 공간 위를 지나며 공유되는 영역과 완전히 개인적인 공간 사이에 짧지만 분명한 거리를 만든다.

그 거리는 누군가와 나누기 위한 공간에서 벗어나, 오롯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시간과도 같다. 자연을 가까이 바라보면서도 자신의 삶은 한층 더 깊은 곳으로 보호받는다는 감각. Gallery832가 이 짧은 브리지에 담으려 한 것은 바로 그러한 전환이었다.

세대의 개인 공간으로 이어지는 짧은 브리지와 정면의 외부 풍경
몇 걸음의 짧은 브리지. 공유되는 공간을 지나 자신만의 장소로 향하는 동안 시선은 외부의 풍경과 만난다.

자연을 받아들일 장소

Gallery832는 모든 세대에 테라스를 계획했다.

테라스는 실내에 덧붙인 외부공간이나 잠시 나가 바람을 쐬는 장소에 그치지 않는다. 자연 요소를 빌려오고 받아들일 장소를 마련한 뒤, 그 곁에서 삶을 함께 누리는 공간이다. 빛과 바람, 식물과 계절의 변화를 가까이 두고 잠깐의 여유를 즐기는 일은 일상의 크기를 조금 다르게 만든다.

자연을 실내 가까이 받아들인다는 말은 쉽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실제 삶의 공간으로 만드는 일은 단순하지 않다. 자연을 대하는 방식에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고, 외부와 가까워질수록 사생활에 대한 세심한 고려도 필요하다. 개방감만을 앞세우면 삶이 드러나고, 보호만을 생각하면 자연과의 관계가 멀어진다.

자연을 받아들이되 삶은 보호받아야 한다.

Gallery832의 테라스는 바로 그 두 조건 사이에 놓여 있다. 실내와 외부를 연결하면서도 서로의 경계를 완전히 지우지 않는다. 자연을 가까이 두면서도 개인의 삶이 그대로 노출되지 않도록 공간의 깊이와 시선의 거리를 조절한다.

복층 거실에서 테라스와 도시 풍경을 바라보는 장면
실내 가까이에 마련된 테라스는 빛과 바람, 계절과 외부의 풍경을 받아들이는 장소가 된다.

이때 테라스는 단순히 실내의 연장이 아니다. 집 안의 삶과 자연이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만나는 중간의 장소다.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뿐 아니라 실내에서 바라보는 동안에도 테라스는 빛을 머금고, 식물의 움직임과 날씨의 변화를 전한다.

자연을 집 안으로 무리하게 끌어들이려 한 것이 아니라, 자연을 받아들일 장소를 집 안에 마련한 것이다. 그 장소가 있음으로써 삶은 외부와 관계를 맺으면서도 자신의 고요함을 지킬 수 있다.

비워지고 뚫린 공간의 가치

테라스가 넓은 타입의 단위세대 2층에는 아래층부터 수직으로 열린 공간이 있다.

테라스 상부와 세대 현관 상부의 오픈 공간은 실제 바닥 면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부분이다. 면적만으로 판단하면 비워진 공간이다. 그곳에는 가구를 놓을 수도 없고, 생활에 필요한 기능을 직접 채울 수도 없다.

그러나 바로 그 비움으로 인해 집 안의 경험은 달라진다.

시선은 가까운 벽에 막히지 않고 테라스와 외부의 풍경까지 이어진다. 같은 면적의 실내도 더 넓고 깊게 느껴지며, 위아래로 열린 공간은 집 안에 쉽게 얻기 어려운 높이와 개방감을 만든다. 빛은 한 층에만 머물지 않고 수직으로 흐르고, 서로 다른 높이에서 보이는 장면은 공간을 한 번에 다 읽히지 않게 한다.

계단 아래에서 거실과 주방, 테라스와 수직 오픈 공간을 함께 바라보는 장면
사용할 수 없는 비움은 거실과 주방, 테라스를 하나의 깊이 안에 놓고 공간에 높이와 여유를 만든다.

사람이 직접 밟고 사용할 수 있는 면적만이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다가갈 수 없는 비움이 오히려 시선을 멀리 보내고, 빛이 머물 자리를 만들며, 집 안에 숨을 쉴 여유를 남긴다. 그 여유는 넓이라는 수치로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분명하게 느껴진다.

Gallery832는 사용할 수 있는 면적만으로 집의 가치를 판단하지 않았다. 때로는 채우지 않고 비워둔 공간이 사람에게 더 풍부한 공간감을 줄 수 있다고 보았다.

도시의 주거에서 면적은 언제나 중요한 기준이 된다. 하지만 모든 공간을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채우기 시작하면, 빛이 깊이 들어올 자리와 시선이 잠시 머물 거리, 공간과 공간 사이의 여백은 사라지기 쉽다. Gallery832는 그 여백 또한 삶을 위해 필요한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집의 풍요로움은 얼마나 많은 면적을 소유하는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빛이 들어올 여유, 시선이 머물 거리, 외부의 풍경을 받아들일 깊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도 삶의 질을 바꾼다.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불필요한 공간이 아니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다른 공간의 가치를 높이는 비움도 있다.

Gallery832가 생각한 하이엔드 주거의 가치에는 이러한 공간적 여유가 포함되어 있다. 더 많이 채우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비워두어야 삶이 더 깊어지는지를 판단하는 일이다.

몇 걸음의 거리

다시 테라스가 넓은 타입의 단위세대 2층에 놓인 브리지로 돌아가 본다.

브리지는 몇 걸음이면 건널 수 있을 만큼 짧다. 그러나 그 몇 걸음 동안 한편에는 실내가 이어지고, 다른 한편에는 창과 테라스 너머 외부의 풍경이 펼쳐진다. 아래로는 서로 다른 성격의 공간이 열리고, 앞으로는 완전히 개인적인 장소가 기다린다.

걷는 시간은 짧지만 시선은 여러 장면을 지난다. 가까운 실내에서 테라스로, 테라스에서 외부의 풍경으로 이어졌다가 다시 자신만의 공간으로 돌아온다. 이 작은 이동은 집 안의 동선을 단순한 통과가 아니라 하나의 경험으로 바꾼다.

수직 오픈 공간 위를 가로지르는 브리지와 난간의 세부
면적으로 채우지 않은 공간이 브리지 아래에 높이와 빛을 남기고, 짧은 이동에 깊이를 더한다.

자연을 가까이 받아들이면서도 삶은 보호받고, 공유되는 공간을 지나 오롯이 자신만의 장소에 도착한다. 짧은 통로이지만 서로 다른 두 영역을 건너간다는 의미에서 이 공간을 굳이 브리지라고 표현했다.

테라스를 하나 더 갖는 것만으로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테라스가 실내와 어떤 관계를 맺고, 그 사이를 지나는 사람이 무엇을 보고 느끼게 되는가에 있다. 자연을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보다, 자연과 마주하는 순간이 일상의 흐름 안에 어떻게 놓이는가가 더 중요하다.

때로 좋은 공간은 새로운 기능을 더하는 대신, 한 사람의 걸음을 잠시 늦춘다. 몇 걸음 사이에 빛을 보고, 외부의 풍경을 바라보고, 자신만의 공간으로 들어갈 마음의 거리를 만든다.

Gallery832에서 테라스는 단순히 외부공간을 더하는 일이 아니었다.

자연과 삶 사이에, 사람을 위한 거리를 두는 일이었다.


PNH Philosophy

좋은 공간은 면적을 채우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빛과 시선, 자연과 개인의 삶 사이에 필요한 여백을 남기는 일도 건축의 중요한 판단이다.

A Note from PNH

At Gallery832, a terrace is not treated as an added outdoor amenity. It is a place where light, air, planting and the changing seasons can enter daily life while privacy remains protected. In the duplex residence with the larger terrace, a short bridge passes between interior space and an open void, allowing the eye to travel toward the terrace and the city beyond. These unoccupied volumes do not add usable floor area, yet they give the home height, depth and a quiet transition into private space. Spatial generosity is often found in what architecture chooses not to f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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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 Park Nohhyun. Recording the journey from thought to space. Architect 박노현. 생각이 공간이 되어가는 과정을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