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End Residence Report 005 | 도시주거에 테라스는 꼭 필요한가

도시주거에서 테라스는 꼭 필요한 공간일까. 큰 창과 다른 직접적인 자연 경험, 생활을 담는 테라스의 깊이와 Gallery832 적용 사례를 통해 하이엔드 주거의 외부공간 가치를 살펴본다.
Gallery832 홍보관 B타입 테라스에서 바라본 복층 거실과 주방

하이엔드 레지던스에 테라스는 꼭 필요한 공간일까.

테라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집을 하이엔드라고 말할 수는 없다. 충분한 고민 없이 외부에 덧붙인 테라스는 사용되지 않는 공간으로 남거나 물건을 쌓아두는 장소로 변질되기도 한다. 반대로 테라스가 없다고 해서 그 집의 가치를 단정할 수도 없다.

정해진 시설 하나가 하이엔드 주거의 기준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시생활에서 개인이 사적으로 외부와 만날 수 있는 공간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집과 사무실, 자동차와 엘리베이터처럼 닫힌 공간을 오가며 하루를 보낸다. 도시 안에는 공원과 정원이 있지만 그곳은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다. 자신의 집에서 아무런 준비 없이 외부와 잠시 만날 수 있는 사적인 공간은 점점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도시의 집에는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바깥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테라스는 하이엔드 레지던스를 보여주기 위한 구성품이 아니라, 도시생활에서 자연과 만나는 가장 가까운 사적 외부공간으로 바라봐야 한다.

하이엔드 주거의 외부공간과 테라스에 관한 손글씨 초기 기록

하이엔드 주거의 외부공간과 테라스에 관한 초기 기록.

창을 통해 바라보는 것과 직접 마주하는 것

큰 창은 외부의 풍경을 집 안으로 한껏 끌어들인다.

창은 실내에서 도시와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에게 안정감과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비와 바람, 추위와 더위를 피하면서도 외부의 풍경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유리를 사이에 둔 간접적인 경험이다.

창밖의 나무가 흔들리는 모습으로 바람을 짐작할 수는 있지만 바람의 세기를 몸으로 느낄 수는 없다. 햇살이 공간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볼 수는 있지만, 외부에서 그 따뜻함을 직접 마주하는 경험과는 다르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공기의 온도와 냄새도 창을 열고 밖으로 나섰을 때 비로소 분명하게 느껴진다.

큰 창이 외부의 풍경을 집 안으로 들이는 장치라면, 테라스는 사람을 외부의 시간 속으로 잠시 내보내는 공간이다.

풍경을 바라보는 것과 바람과 햇살을 직접 마주하는 것은 감동의 깊이가 다르다.

생활을 담기도 하고 비어 있기도 하는 공간

테라스의 역할은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저녁을 먹고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장소가 될 수 있다. 혼자 차를 마시며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공간이 되기도 하고, 식물을 돌보며 계절의 변화를 가까이에서 느끼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저녁 식사를 위한 테이블과 조명, 식재가 배치된 Gallery832 홍보관 B타입 테라스

저녁 식사와 대화를 담을 수 있도록 깊이와 조명, 가구 배치를 함께 계획한 Gallery832 홍보관의 테라스.

그러나 테라스를 일 년 내내 직접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는 날, 바람이 강하거나 추운 날에는 실내에서 바라보기만 할 수도 있다. 그 순간에도 테라스는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 공간이 아니다. 빛과 바람, 비와 눈, 계절의 변화를 실내 가까이에 머물게 한다.

사람이 나가 머무는 날에는 생활을 담고, 비어 있는 날에는 실내와 외부를 이어주는 완충공간이 된다.

어떤 공간도 사람의 모든 요구를 완벽하게 만족시킬 수는 없다. 자연을 만나는 공간이라면 자연이 가진 불편함도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한다. 언제나 같은 온도와 상태로 유지되는 실내처럼 테라스를 만들려 한다면, 오히려 외부공간이 지닌 의미를 잃을 수 있다.

테라스는 자연을 통제하는 공간이 아니라 자연을 맞이하는 공간이다.

어느 한 공간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테라스는 특정한 방에 딸린 부속공간으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

생활 방식에 따라 때로는 주방이 되고 거실이 되며, 안방의 확장된 공간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식사를 할 때는 주방과 연결되는 야외 식당이 되고, 가족과 대화를 나눌 때는 거실이 넓어진 공간이 된다. 혼자 머물고 싶을 때는 침실에서 이어지는 사적인 휴식공간이 될 수도 있다.

필요할 때는 실내의 기능에서 벗어나 그 자체로 독립적인 장소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이 머물 수 있는 적당한 크기와 깊이가 필요하다. 가구의 위치가 한 가지 방식으로 고정되지 않고 생활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달라질 수 있어야 한다. 조명도 단순히 어둠을 밝히는 역할에서 그치지 않고 저녁의 분위기와 머물고 싶은 감정을 만들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그 공간을 이용하고 싶고, 그곳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이다.

테이블과 의자가 배치된 Gallery832 홍보관 A타입의 깊이 있는 테라스

주방과 거실의 생활을 받아들이면서도 독립적인 식사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게 계획한 Gallery832 홍보관의 테라스.

테라스의 가치는 면적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사람의 시간이 담기고 생활에 따라 유연하게 달라질 때 비로소 활력을 갖는다.

실내와 테라스가 함께 호흡하려면

테라스와 실내의 연결은 좁은 출입문 하나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실내에서 테라스로 나가는 문만 설치하면 두 공간은 기능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이 테라스에 나가지 않는 순간에도 그 존재를 느끼게 하려면 실내와 테라스가 만나는 면 전체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

Gallery832에서는 실내와 테라스가 접하는 면을 최대한 창호로 계획했다.

복층 공간의 상부는 벽으로 계획할 수도 있었지만, 가능한 범위에서 창호를 설치해 빛이 깊숙이 들어오고 테라스와의 관계가 위층까지 이어지도록 했다. 실내의 어느 한 지점에서만 테라스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복층 공간 전체가 외부의 빛과 계절을 함께 느끼게 하려는 계획이었다.

Gallery832 홍보관 복층 거실에서 큰 창호 너머 테라스를 바라본 모습

거실에서 바라본 테라스. 넓은 창호는 사람이 밖으로 나가지 않는 순간에도 두 공간이 함께 호흡하게 한다.

마감재의 선택도 테라스가 갑자기 이질적인 공간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했다.

외부 환경에 적합한 재료를 사용하되 색과 질감, 분할과 전체적인 분위기가 실내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계획했다. 실내와 같은 재료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환경에 맞는 재료가 하나의 공간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테라스의 깊이도 사람이 외부에 그대로 노출된 느낌보다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계획했다. 얕게 돌출된 발판이 아니라 적절히 감싸인 하나의 장소로 느껴져야 그 안에 가구와 사람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내와 테라스는 재료의 종류가 같아서 연결되는 것이 아니다. 빛과 시선, 색과 질감, 공간의 깊이와 분위기가 이어질 때 두 공간은 함께 호흡한다.

하이엔드 주거에서 외부공간을 바라보는 변화

해외의 대형 고층 주거에서도 테라스를 단순한 조망 공간이 아니라 생활공간으로 다루는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베이루트 테라스는 층마다 서로 다른 깊이의 슬래브와 테라스를 두어 개방감과 프라이버시, 빛과 그늘을 함께 조절했다. 넓은 테라스는 실내와 외부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생활공간이 되고, 식재는 그늘과 프라이버시를 만드는 장치가 된다.

런던의 원 파크 드라이브는 세대의 위치와 유형에 따라 발코니와 테라스의 깊이와 형태를 달리했다. 고층부에는 건물의 매스 안으로 들어간 외부공간을 계획해 바람과 노출에 대응했다. 테라스를 건물 외부에 같은 형태로 반복되는 부속물로 두지 않고 각 세대의 생활과 높이에 맞는 공간으로 계획한 것이다.

두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테라스의 형태가 아니라 방향이다.

하이엔드 주거에서 외부공간은 건물의 외관을 장식하는 요소에서 실내의 생활과 자연을 연결하는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테라스가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곳에서 어떤 생활이 가능하며 실내와 어떤 관계를 맺는가이다.

도시주거에 테라스는 꼭 필요한가

테라스는 모든 하이엔드 레지던스가 반드시 갖춰야 하는 시설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형식적으로 설치된 테라스가 집의 가치를 높이는 것도 아니다. 실내와의 관계가 끊기고 사람이 머물 가능성을 잃은 채 물건을 두는 장소로 남는다면 살아 있는 주거공간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도시생활에서 자연과 만나는 사적인 외부공간의 가치는 분명하다.

직접 나가 바람과 햇살을 느낄 수 있고, 나가지 않는 날에도 실내에서 계절의 변화를 바라볼 수 있다. 주방과 거실, 안방의 생활을 받아들이면서도 때로는 어느 공간에도 속하지 않은 독립적인 장소가 된다.

테라스는 집 밖에 덧붙인 여분의 공간이 아니다.

도시주거가 자연과 호흡할 수 있도록 남겨둔 가장 가까운 바깥이며, 실내만으로는 담기 어려운 삶의 여유를 받아들이는 공간이다.


A Note from PNH

A terrace does not make a residence high-end by itself. Its value begins when it becomes a private place where urban life can meet wind, sunlight, rain, and the changing seasons. In Gallery832, the terrace was planned not as an added platform, but as a living space connected to the interior through depth, light, material, and everyday 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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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 Park Nohhyun. Recording the journey from thought to space. Architect 박노현. 생각이 공간이 되어가는 과정을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