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오피스텔, 공용공간 디자인 | High-End Residence Report 008

하이엔드 오피스텔의 공용공간은 얼마나 넓어야 할까. 로비와 엘리베이터 홀, 세대 앞 공간을 통해 면적보다 중요한 공간의 구성과 집의 첫인상을 살펴본다.
Gallery832의 높은 기둥과 식재 계단을 배경으로 한 하이엔드 오피스텔, 공용공간 디자인 커버

우리는 설계하면서 공간의 크기를 미리 단정할 때가 있다. 이 공간은 이 정도면 된다는 생각이다. 공용공간도 그렇다. 로비와 엘리베이터 홀, 세대 앞 공간은 설계자와 건축주에게 익숙한 크기로 계획되곤 한다.

사업성을 검토하다 보면 공용공간은 줄여야 할 면적으로 다뤄지기 쉽다. 세대 내부를 얼마나 넓고 편리하게 구성할 것인지에는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만, 그 밖의 공간은 필요한 기능을 갖추는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공용공간은 거주자가 매일 마주하는 공간이다. 사람을 만나고, 잠시 기다리고, 세대에 들어서기 전에 건물의 분위기를 느끼는 곳이다. 하이엔드 오피스텔의 생활환경을 이야기하면서 이 공간을 빼놓기는 어렵다.

공용면적 최소화 관행과 매일 이용하는 엘리베이터 홀·통로의 가치를 살핀 손글씨공용면적과 매일 이용하는 공간의 가치를 다시 생각한 손글씨 기록.

넓이보다 중요한 공간의 구성

공용공간을 중요하게 다룬다는 것이 무조건 면적을 늘리자는 뜻은 아니다. 넓기만 한 로비는 비어 보이고 차갑게 느껴질 수 있다. 반대로 좁은 홀은 잠시 기다리는 일조차 불편하게 만든다.

중요한 것은 그 공간에서 무엇을 하며, 어떤 느낌으로 머물게 되는가이다. 층고와 폭이 이루는 비례, 시선이 열리는 방향, 기다릴 자리와 이동하는 자리의 관계를 함께 살펴야 한다. 높은 천장이 주는 개방감도 이러한 구성 안에서 의미를 갖는다.

로비에는 그 건물에 맞는 성격이 있어야 한다. 사람이 없을 때에도 지나치게 비어 보이지 않고, 누군가 들어왔을 때 자연스럽게 머물 자리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 가구나 장식을 많이 채우기보다, 공간의 크기와 쓰임에 맞게 하나씩 놓는 판단이 필요하다.

Gallery832 로비의 정면 벽과 조명, 기하학적 바닥 패턴
Gallery832 로비. 벽과 바닥의 재료, 조명이 함께 공간의 인상을 만든다.
공용로비의 성격과 디테일, 세심한 건축계획과 생활의 질에 관해 적은 손글씨공용로비의 성격과 디테일, 생활의 질에 관한 손글씨 기록.

기다림과 만남을 위한 자리

손글씨 원고에는 홀을 응접과 만남, 기다림과 휴식의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적었다. 로비를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으로 그 공간의 가치를 판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일행을 기다리고, 누군가는 방문객을 맞는다. 잠시 앉아 쉬거나 예술품을 바라보는 시간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일들을 받아들이는 자리가 있어야 공용공간이 생활에 쓰인다.

로비에서 엘리베이터까지 빠르게 이동하는 동선만을 생각하면, 그 곁의 공간은 쓰임을 잃기 쉽다. 이동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기다리거나 머물 수 있도록 계획해야 한다. 통행의 효율과 머무는 편안함은 함께 살펴야 할 문제다.

이러한 생각은 공용시설로 향하는 공간에도 이어진다. Gallery832의 36층 스파와 피트니스로 가는 복도, 클럽층 엘리베이터 홀에서도 이러한 공간의 구성을 살펴볼 수 있다. 시설 내부뿐 아니라 그곳으로 이동하고 기다리는 공간까지 디자인의 대상으로 보아야 한다.

Gallery832 36층에서 스파와 피트니스로 이어지는 복도
Gallery832 36층, 스파와 피트니스로 이어지는 복도.
Gallery832 클럽층의 엘리베이터 문과 조명, 바닥 패턴이 보이는 홀
Gallery832 클럽층 엘리베이터 홀.

세대 앞에서 느끼는 집의 첫인상

세대 앞은 내부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마주하는 공간이다.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 거주자를 반기고 맞이하는 곳이어야 한다. 우리는 이 공간이 집의 품격을 말한다고 생각한다.

세대 문만 잘 디자인한다고 그 인상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문 앞에 섰을 때 느껴지는 공간의 크기, 벽과 바닥의 재료, 조명의 분위기가 함께 읽힌다. 세대 내부를 세심하게 계획하는 것처럼, 그 앞의 공간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 품격을 비싼 재료나 눈에 띄는 장식만으로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 매일 돌아왔을 때 편안하게 받아들여지는 공간인지, 방문한 사람을 어떻게 맞이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잠깐 지나가는 곳이라도 그 인상은 집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진다.

Gallery832 세대 앞의 출입문과 석재 벽, 원형 조명
Gallery832 세대 앞. 내부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마주하는 공간.

공용공간을 설계의 우선순위에 두는 일

손글씨에 남긴 말 중에는 “공용공간에 배려가 필요하다”는 문장이 있다. 이 배려는 별도의 장식을 더하는 일이 아니다. 공간을 배분하고 동선을 정하는 단계에서부터 그곳을 이용할 사람을 생각하는 일이다.

공용공간을 줄여 확보한 면적은 눈에 잘 보인다. 반면 매일 그곳에서 느끼는 여유와 편안함은 면적표에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주거의 공용공간만큼은 경제성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이엔드 오피스텔의 공용공간은 더 이상 숨기거나 최소화할 공간이 아니라, 계획의 앞자리에 두고 살펴야 할 공간이다. 거주자를 반기고, 만남과 기다림을 받아들이며, 집의 첫인상을 만드는 곳이다. 공용공간을 바라보는 기준이 달라져야 생활환경과 삶의 질도 달라질 수 있다.

사진 제공: 더프리비하우스

Architect Park Nohhyun. Recording the journey from thought to space. Architect 박노현. 생각이 공간이 되어가는 과정을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