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001-광화문 광장#4] - 지하를 또 하나의 광장으로 읽기
지하를 또 하나의 광장으로 읽기
지하 프로그램, 입체 도시공간 그리고 역사 전시
광화문광장을 설계하면서 우리는 지상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만 고민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설계가 진행될수록 더 중요하게 느껴졌던 것은 지하였다.
당시 세종로는 이미 거대한 차량 중심 도시구조로 작동하고 있었다.
지상은 넓은 차도와 교차로, 단절된 보행 흐름으로 인해 시민이 자유롭게 머물기 어려운 공간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질문이 생겼다.
광장의 경험은 지상에서만 이루어져야 하는가?
우리는 지하를 단순한 보행 연결통로나 지하상가로 보지 않았다.
광화문광장의 지하는 또 하나의 도시공간이자, 지상과 연결된 또 하나의 광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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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케치를 다시 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다.
지하공간이 단순히 “아래에 숨겨진 시설”로 다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심 공간 아래로 흐름이 연결되고, 지상 프로그램과 지하 프로그램이 서로 겹쳐 읽힌다.
특히 중앙부의 구조는 단순한 환승 공간이나 통로가 아니라,
광화문광장의 또 다른 중심 공간처럼 설정되어 있다.
당시 설계설명서에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했던 핵심 개념 가운데 하나는:
- 흐름의 연속성
- 지상과 지하의 연결
- 시민 활동의 확장
- 역사 경험의 중첩
이었다.
즉, 광장은 하나의 평면이 아니라 여러 층위가 동시에 작동하는 도시 구조로 이해되고 있었다.
지하는 단순한 부속공간이 아니었다
당시 대부분의 도시 지하는 기능 중심으로 계획되었다.
지하철 환승, 상업시설, 보행 연결, 설비 공간 같은 역할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광화문이라는 장소는 조금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광화문은 단순한 교통의 중심이 아니라, 서울의 역사와 국가 상징이 겹쳐지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하를 단순한 이동 공간이 아니라:
- 도시의 기억을 담는 공간
- 시민 활동이 이어지는 공간
- 역사와 현재를 연결하는 공간
- 지상 흐름을 보완하는 입체적 공공공간 으로 읽고자 했다.
즉, 지하는 지상의 보조가 아니라 광화문 경험의 또 다른 층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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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세종로는 거대한 차량 흐름 중심의 도시 구조로 작동하고 있었다. 시민 보행은 단절되고 광장의 경험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PNH> |
현장을 걷다 보면 가장 강하게 느껴졌던 것은 자동차 중심 도시구조의 압도적인 스케일이었다.
긴 횡단거리와 복잡한 교차로, 단절된 보행 흐름은 광장을 하나의 연속된 시민 공간으로 경험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단순히 지상 공간만 정리하는 방식으로는 광화문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결국 도시를 입체적으로 읽는 방식이 필요했다.
입체 도시공간이라는 생각
광화문광장을 설계하며 중요했던 개념 중 하나는 “입체 도시공간”이었다.
세종로는 단순한 평면 공간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장소였다.
지상에는:
- 역사축
- 국가상징축
- 차량 흐름
- 대규모 집회와 행사
- 보행 흐름
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었다.
이 복잡한 도시 구조를 단순히 평면 위에서만 해결하려 하면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도시를 수평적으로만 보기보다, 지상과 지하가 연결되는 입체적 구조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지하는 단절된 아래 공간이 아니라,
지상과 함께 작동하는 또 하나의 도시 레이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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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과 지하를 분리된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도시 레이어로 연결하려 했던 중기 단계 스케치. <Sketch by PNH> |
당시 스케치에서 지상과 지하의 선이 함께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광장의 흐름은 지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하까지 이어져야 했고,
지하 역시 단순 통로가 아니라 시민의 경험이 지속되는 공간이어야 했다.
설계설명서에서도 “도시 흐름의 연속성”과 “시민 경험의 확장”은 중요한 개념으로 다뤄졌다.
특히 광장을 단순한 이벤트 공간이 아니라:
- 머무르는 장소
- 이동하는 장소
- 기억을 경험하는 장소
- 도시를 다시 읽는 장소
로 만들고자 했던 흔적들이 남아 있다.
지하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
당시 우리가 고민했던 지하 프로그램은 단순한 상업시설 중심의 접근과는 조금 달랐다.
물론 실제 도시에서는 상업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하지만 광화문 지하는 단순 소비 공간만으로 채워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광화문은 서울의 중심이며, 대한민국의 역사적 기억이 중첩된 장소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하 안에 다음과 같은 프로그램 가능성을 함께 고민했다.
- 역사 전시 공간
- 도시 아카이브
- 시민 문화 프로그램
- 미디어 공간
- 광장과 연결된 휴게 공간
- 지상 행사와 연계되는 공간
특히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기억의 공간”이었다.
광화문은 단순한 관광 장소가 아니라, 서울의 시간과 대한민국 현대사의 기억이 쌓여 있는 장소였다.
그렇다면 지하는 단순히 지나가는 통로가 아니라,
그 기억을 천천히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도 있다고 보았다.
역사 전시는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
당시 우리는 역사 전시를 단순한 박물관 방식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광화문의 역사는 이미 지상 전체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전시할 것인가”보다,
사람들이 그 역사를 어떻게 경험하게 할 것인가였다.
우리는 역사 전시가 하나의 닫힌 전시실보다,
보행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방식에 더 가까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 육조거리의 흔적
- 세종로의 변화 과정
- 일제강점기 이후 틀어진 도시축
- 광화문의 복원 과정
- 시민 집회와 광장의 기억
같은 내용들이 이동 과정 속에서 경험될 수 있기를 원했다.
즉, 역사 전시는 멈춰 서서 보는 대상이 아니라,
광장을 걸으며 자연스럽게 만나는 도시의 기억이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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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과 지하는 분리된 공간이 아니었다
당시 스케치를 다시 보면, 지상과 지하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 않다.
어떤 스케치에서는 지하 동선이 지상 흐름과 직접 연결되고,
어떤 스케치에서는 중심 공간 아래로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이것은 단순한 기능 연결이 아니었다.
우리는 광장을 하나의 평면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상은 상징성과 도시 경관의 층위라면,
지하는 기억과 프로그램, 시민 경험의 층위에 가까웠다.
두 공간은 서로 다른 역할을 가지면서도 하나의 광장 경험으로 이어져야 했다.
그래서 당시의 안은 “지하를 숨기는 방식”보다,
지하를 도시 경험의 일부로 드러내는 방향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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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케치를 보면 긴 선형 흐름 속에 중심 공간과 프로그램이 배치되어 있고, water wall, glass wall 같은 메모들이 함께 등장한다.
이는 단순 조형 디자인이 아니라:
- 시선의 흐름
- 공간의 레이어
- 역사축의 경험
- 지상과 지하의 관계
를 동시에 고민한 흔적들이다.
광장은 단순히 비워진 평면이 아니라, 여러 층위가 중첩되는 도시 구조로 읽히고 있었다.
지금 다시 보면
지금의 광화문광장 역시 지하공간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당시 우리의 고민은 단순한 연결 기능을 넘어서 있었다.
우리는 지하를 또 하나의 광장으로 상상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단순히 지나가는 공간이 아니라,
머물고, 기억하고, 도시의 시간을 경험할 수 있는 장소.
즉, 지하는 보이지 않는 공간이 아니라
광화문이라는 도시를 입체적으로 읽기 위한 또 하나의 층위였다.
물론 지금 다시 보면 한계도 보인다.
지하 프로그램이 많아질수록 공간이 복잡해질 수 있고,
지상의 상징성이 약해질 위험도 있었다.
또 지나치게 많은 기능은 오히려 공간의 명확성을 흐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고민은 여전히 의미가 있다.
광장은 반드시 지상에만 존재해야 하는가?
도시의 기억은 입체적으로 경험될 수 있는가?
지하는 단순 통로인가, 또 하나의 공공공간인가?
우리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 하고 있었다.
다음 글에서
다음 기록에서는 광화문광장의 “비움”과 “상징성”에 대한 고민을 정리해보려 한다.
왜 어떤 안들은 거대한 빈 광장을 만들었고,
우리는 왜 흐름과 레이어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광장을 비운다는 것이 무엇이며,
상징성을 만든다는 것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다시 돌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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