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노트 006 - 거친 재료가 건축에 주는 감성

거칠게 보이는 표면은 내부를 상상하게 만들고, 무게감 있는 재료는 구조적 안정감을 전달한다. 재료는 단순히 건축을 만드는 요소가 아니라 공간의 성격을 결정하는 언어가 된다.

 




무딤과 날카로움

오래된 디자인 노트를 넘기다 보면 선이 강하고 힘차게 느껴지는 스케치들도 있고, 당시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생각의 흔적들을 발견하게 될 때도 있다.

이번 스케치 역시 형태를 고민한 흔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거친 질감의 재료는 사람들에게 어떤 감정으로 읽힐까.

건축가는 언제나 자신의 생각과 어울리는 재료를 끝없이 갈망한다. 그러다 보니 거장들의 건축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특정 재료가 함께 연상된다. 어떤 건축가는 콘크리트를, 어떤 건축가는 벽돌을, 또 어떤 건축가는 목재를 통해 자신만의 건축 언어를 만들어낸다.

디자인 노트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다.

"거친 질감이 사람에게 주는 느낌은 다듬어지지 않은 원시적인 감성을 불러올 수 있다."

건축은 언제부터인가 매끈함과 정교함을 추구해 왔다. 하지만 자연은 그렇지 않다. 바위는 거칠고, 나무는 일정하지 않으며, 흙은 불규칙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런 자연 속에서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낀다.

당시의 나는 건축재료가 가진 물성에도 같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거칠게 보이는 표면은 내부를 상상하게 만들고, 무게감 있는 재료는 구조적 안정감을 전달한다. 재료는 단순히 건축을 만드는 요소가 아니라 공간의 성격을 결정하는 언어가 된다.

스케치 속 건물은 마치 새롭게 만들어진 건축물이라기보다 원래 그 자리에 존재하던 지형의 일부처럼 보인다. 층층이 쌓인 암석이나 오랜 시간 풍화된 절벽의 단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글,스케치 By PNH>

노트에는 또 다른 문장이 남아 있다.

"원래부터 존재했던 건축재료의 마감이다. 그 안에 필요한 공간을 넣는다."

여기서 '원래부터 존재했던 것'이란 자연에서 얻어지는 재료의 본성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안에 인공적인 공간을 계획한다는 것은 재료의 물성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존중하는 태도에 가깝다.

공간은 재료 안에 들어가지만 재료를 거스르지 않는다. 건축은 자연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있던 것들과 관계를 맺으며 자리 잡는다.

어쩌면 좋은 건축은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주변의 자연과 재료가 가지고 있던 성질을 조금 더 명확하게 보여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오래된 노트의 한 페이지가 다시 질문을 던진다.

건축물의 존재감은 무엇으로 만들어지고 생명력을 얻을 수 있을까?

또 그것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

재료와 공간의 관계는 늘 복잡하다. 공간은 자유를 원하고 재료는 자신의 본성을 지키려 한다. 사람과 자연의 관계가 그러하듯, 건축 역시 그 사이 어딘가에서 균형점을 찾아간다.

어쩌면 건축의 생명력은 그 균형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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