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노트 012 - IS ARCHITECTURE ART?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순간, 디자인은 기능을 넘어 하나의 작품이 된다.

 

건축은 예술인가?


2015년 2월.

디자인노트 012의 스케치 날짜다.

스케치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왼쪽에 적혀 있는 메모들이다. 희미하게 남아 있는 글씨들 속에는 당시의 고민이 그대로 담겨 있다.

건축은 예술일까.

아니면 기술일까.

건축가는 예술가일까.

아니면 문제를 해결하는 설계자일까.

지금도 명확한 답을 내리기 어려운 질문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당시의 나는 그 질문 속에 깊이 빠져 있었던 것 같다.

건축은 순수 예술처럼 자유롭지 않다. 구조를 고려해야 하고, 예산을 맞추어야 하며, 법규를 검토해야 한다. 에너지 효율과 유지관리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단순한 기술의 영역이라고 말하기에도 부족하다.

건축은 사람의 감정을 만들고, 장소의 기억을 만들며, 도시의 풍경을 바꾼다.

어쩌면 건축은 예술과 기술 사이 어디쯤에 존재하는 분야인지도 모른다.


언덕 위의 조약돌

언덕 위에 놓인 하나의 조약돌 같은 건축

상단의 스케치는 언덕 위에 놓인 하나의 조약돌 같은 건축물을 그리고 있다.

강하게 주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존재감은 분명하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루어진 형태는 자연 속에 놓인 하나의 돌처럼 보이기도 하고, 오랜 시간 바람에 다듬어진 조형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건축은 에너지를 가져야 한다.

그 에너지란 개성이고 정체성이고 작품이다.

그러나 그 에너지가 공격적일 필요는 없다.

부드럽지만 강할 수 있고, 조용하지만 존재감을 가질 수도 있다.

주변의 선들은 물결처럼 보이기도 하고 바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쩌면 계절의 흐름일 수도 있고, 시간의 흐름일 수도 있다.

건축물은 그 흐름 속에 놓여 있다.

자연을 지배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연과 함께 존재하는 하나의 요소처럼 말이다.


형태는 구조가 되고 구조는 공간이 된다

형태는 구조가 되고 구조는 공간이 된다

가운데의 스케치는 또 다른 질문이다.

처음부터 작품처럼 보이는 건축은 불가능할까.

건축은 언제나 평면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일까.

어디선가 인상 깊게 보았던 병의 형태를 뒤집어 놓은 듯한 이미지에서 출발한 스케치다.

겹쳐진 매스들은 서로 다른 깊이를 만들고 있다.

형태는 곧 입면이 되고, 입면은 다시 공간을 만든다.

빛은 그 사이를 통과하며 그림자를 만들고, 건물은 더욱 입체적인 표정을 갖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조형적 접근이 반드시 비합리적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내부에서는 자유로운 평면 구성이 가능할 수도 있다.

구조체 자체가 형태가 되고, 형태가 공간을 규정하는 방식이다.

지면과 맞닿는 부분은 코어가 되고, 상부는 거대한 캔틸레버 구조로 확장된다.

결국 조형과 구조는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건축은 땅과 연결된다

건축은 땅 위에 놓이는 것이 아니라 땅과 연결된다

하단의 단면 스케치는 자연과 건축의 관계를 다시 보여준다.

건축은 땅 위에 놓이는 것이 아니라 땅과 연결된다.

지형을 따라가고, 지형을 끌어안고, 다시 자연으로 스며든다.

지금 돌아보면 완성도가 높은 스케치는 아니다.

오히려 개념적이고 거칠다.

하지만 건축적 생각은 충분히 담겨 있다.

디자인 노트의 가치는 완성된 그림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질문에 있는지도 모른다.

2015년의 나는 건축이 예술인지 기술인지 답을 찾으려 했지만, 지금은 조금 다른 생각을 한다.

건축은 예술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철학과 개념, 장소와 자연, 구조와 에너지, 그리고 사람의 경험이 만나는 지점.

건축은 아마 그 사이에서 자신의 색깔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디자인은 결국 상식에서 출발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순간, 디자인은 기능을 넘어 하나의 작품이 된다.

그 안에 미학이 담기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게 되면 건축은 예술에 가까워진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건축이 예술인가 아닌가를 묻기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공간을 남길 수 있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쩌면 건축의 가치는 예술과 기술 사이를 오가며 끊임없이 균형을 찾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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