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 Note 002 - 건축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SITE / VISTA / FRAME / EXPERIENCE
좋은 건축은 특별한 형태가 아니라 특별한 경험에서 시작된다.
오래된 노트를 다시 펼치다
오래된 디자인 노트를 정리하다 보면 잊고 있던 생각들을 다시 만나게 된다.
이번 노트에서는 건물의 형태보다 풍경과 시선에 대한 고민이 더 많이 보였다.
어떤 건물을 만들 것인가 보다,
어떤 풍경을 보여줄 것인가.
어떤 장면을 기억하게 할 것인가.
그 질문들이 페이지마다 반복되고 있었다.
건축은 물체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경험을 설계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이미 이 노트 속에 담겨 있었다.
풍경을 담는 액자
노트 곳곳에는 Picture Frame 이라는 단어가 반복된다.
건축은 공간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지만 풍경을 담는 액자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창은 단순히 빛을 들이는 개구부가 아니다.
어떤 풍경은 강조하고,
어떤 풍경은 감추고,
어떤 풍경은 특정한 위치에서만 경험하게 만든다.
좋은 건축은 결국 사람의 시선을 디자인하는 장치인지도 모른다.
Vista를 만드는 건축
조경과 도시설계에서는 Vista 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시선이 집중되는 경관축을 의미한다.
이번 노트의 대부분은 건물을 설계하는 과정이라기 보다 시선의 흐름을 설계하는 과정에 가깝다.
대지를 읽고,
풍경을 분석하고,
사람이 가장 좋은 장면을 경험할 수 있는 위치를 찾는다.
그리고 그 경험을 담아낼 수 있는 건축적 형태를 만들어 간다.
당시의 사고 흐름은 매우 단순했다.
Site → View → Vista → Mass → Structure → Material
지금 다시 보아도 여전히 유효한 설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형태보다 경험
노트 속 메모에는 반복적으로 "Simple"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형태를 단순하게 만들자는 의미가 아니다.
개념을 단순하게 유지하자는 의미에 가깝다.
건축은 결국 복잡한 요구조건들을 정리하여 하나의 명확한 경험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좋은 형태는 그 결과일 뿐이다.
재료와 구조의 가능성
마지막 스케치들은 구조와 재료에 대한 실험으로 이어진다.
세라믹 패턴, 반복 모듈, 구조 프레임 등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지만 관심은 재료 자체에 있지 않다.
재료를 통해 어떤 공간적 경험을 만들 수 있는가.
빛과 그림자는 어떻게 형성되는가.
사람은 무엇을 바라보게 되는가.
결국 모든 고민은 다시 경험으로 돌아온다.
노트를 다시 읽으며
시간이 흘러도 설계의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 같다.
좋은 건축은 화려한 형태보다 좋은 장소를 만들고,
좋은 장소는 좋은 풍경을 경험하게 한다.
이번 노트를 정리하며 다시 떠오른 질문이 있다.
"건축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어쩌면 이 질문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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