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End Residence Report 006 | 하이엔드 주거의 변화는 왜 주방에서 시작되는가

조리 공간이었던 주방은 어떻게 업무와 대화, 식사와 사색을 받아들이는 집의 중심이 되었을까. 수납과 환기, 아일랜드와 조명, Gallery832 적용 사례를 통해 하이엔드 주거의 변화를 살펴본다.
Gallery832 홍보관 B타입 아일랜드 주방에서 복층 거실과 테라스, 도시 풍경을 바라본 모습

집을 들여다보면 시대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먼저 드러나는 공간이 있다.

그중 하나가 주방이다.

예전의 주방은 사람이 오래 머무르기 위한 공간이 아니었다.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하는 곳이었고, 물과 불을 사용하며 냄새와 열이 생기는 작업공간이었다. 생활에 반드시 필요했지만 가능하면 집 안쪽에 두었고, 조리하는 모습과 그 흔적도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당시의 고급주거는 넓은 면적 안에 더 많은 실을 만들고 각각의 기능을 나누는 방식으로 계획되었다. 주방과 식당, 거실과 응접실은 분명히 구분되었고, 조리하는 공간과 사람을 맞이하는 공간 사이에도 경계가 있었다.

주방은 그 생활을 뒤에서 지원하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주방은 집 안쪽에만 머물지 않는다.

조리를 위한 기능은 그대로 남아 있지만 업무와 대화, 식사와 휴식을 함께 받아들이며 집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변화는 주방 하나의 변화로 끝나지 않는다. 하이엔드 레지던스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사람들의 달라진 생활을 공간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하이엔드 주거에서 주방 공간의 변화에 관한 손글씨 초기 기록

조리 공간에서 생활의 중심으로 달라지는 주방의 역할을 기록한 초기 기록.

집 안쪽에 머물던 공간

과거에는 주방을 여성이 조리를 전담하는 공간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강했다.

주방은 한 사람의 가사 노동을 위한 장소였고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곳은 거실과 식당이었다. 주방계획도 음식을 만들고 보관하며 설거지하는 과정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가에 집중했다.

지금은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이 어느 한 사람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집에서 일하고, 간단히 식사하고, 차를 마시며 대화하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대저택처럼 각각의 기능을 충분히 나눌 수 있는 집이 아니라면 주방과 거실을 완전히 별개의 공간으로만 보기 어려워진 이유다.

주방은 더 이상 특정한 한 사람의 노동을 집 안쪽에 감추는 공간으로만 남을 수 없다.

주방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모습을 바꾸었다

사람들이 주방에 오래 머물고 싶어졌다고 말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물과 냄새, 사용한 조리기구와 식기가 그대로 드러나는 작업공간에 오래 머물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달라진 것은 사람들이 아니라 주방의 모습이다.

요즘의 주방은 조리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그 기능만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는다.

음식을 만들지 않는 시간에는 재택근무를 위한 책상이 되고 프리랜서의 작업공간이 된다. 좋은 사람들과 식사하는 작은 레스토랑이 되기도 하고, 잠시 차를 마시거나 생각을 정리하는 카페가 되기도 한다.

초기 기록에는 이를 집 안의 카페, 멋진 레스토랑, 사무공간처럼 언제든 달라질 준비를 하는 공간이라고 적었다.

주방이 다른 공간으로 바뀐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나의 생활방식에 고정되지 않고 서로 다른 시간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요즘의 하이엔드 주방은 주방의 기능을 없애는 공간이 아니다.

그 기능이 공간 전체의 인상을 지배하지 않도록 만드는 공간이다.

보이지 않게 작동해야 하는 것들

주방이 전면에 나설수록 본래의 기능은 오히려 더 정확하게 작동해야 한다.

조리 과정에서 생기는 냄새와 열이 거실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환기와 배기설비가 충분히 뒷받침되어야 한다. 물을 사용하는 공간에 맞는 재료와 설비도 필요하다. 이러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주방과 거실을 연결한 개방감은 곧 생활의 불편함이 된다.

수납도 중요하다.

주방기구와 작은 가전, 식재료와 생활용품이 작업대 위에 늘어놓이지 않으려면 충분히 들어갈 자리가 있어야 한다. 수납이 부족하면 주방은 사용하지 않는 순간에도 언제나 조리 중인 공간처럼 보인다.

필요한 물건이 제자리로 들어가야 같은 공간이 식사와 업무, 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를 갖는다.

수납공간을 최대한 확보해야 공간의 탈바꿈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하이엔드 주방의 차이는 비싼 가전을 얼마나 많이 보여주는가에만 있지 않다. 물을 쓰고 냄새가 나는 주방의 현실은 뒤에서 정확히 처리하되, 그 기능이 사람의 시선과 생활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

보이지 않지만 제대로 작동하는 기능이 있어야 주방은 다른 얼굴을 가질 수 있다.

아일랜드 조리대와 키큰 수납장을 정면에서 본 Gallery832 홍보관 B타입 주방

조리와 수납의 기능을 정돈하고, 아일랜드가 식사와 대화를 함께 받아들이도록 계획한 B타입 주방.

두 공간 사이에 놓인 아일랜드

주방과 거실이 하나의 공간이 된다고 해서 두 공간의 역할까지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주방은 여전히 조리를 위한 곳이고 거실은 휴식과 대화를 위한 곳이다. 각각의 역할은 분명하지만 오늘의 생활은 그 경계에서 더 자주 만난다.

넓은 아일랜드는 두 공간 사이에서 경계이자 매개가 된다.

주방 쪽에서는 조리대와 수납의 역할을 하고, 거실 쪽에서는 식탁과 업무 테이블이 된다.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과 거실에 머무는 사람의 대화도 이곳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조명도 한 가지 역할에 머물 수 없다.

음식을 준비할 때 필요한 빛과 식사하거나 차를 마실 때 필요한 빛은 다르다. 업무를 처리할 때와 저녁에 대화를 나눌 때도 공간의 분위기는 달라져야 한다.

벽을 없앤다고 두 공간이 하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수납과 환기, 아일랜드와 조명이 각자의 역할을 다하면서 하나의 생활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 비로소 주방과 거실은 함께 작동한다.

풍경을 바라보는 주방

Gallery832에서는 주방의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거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주방은 아일랜드형으로 계획했다. 아일랜드에 앉으면 거실의 큰 창을 통해 도시의 풍경이 보인다.

음식을 준비하거나 차를 마시다가 잠시 시선을 들었을 때 한 폭의 그림을 감상하는 것 같은 편안함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창은 단순히 바깥을 내다보는 개구부가 아니라 도시의 풍경을 집 안에 담는 건축적 프레임이 되었다.

조명도 조리의 편리함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주방과 거실의 분위기가 끊어지지 않고, 서로 다른 생활이 하나의 공간 안에서 이어지도록 계획했다.

아일랜드 주방과 복층 거실, 계단, 테라스가 한 공간에 이어진 Gallery832 홍보관 B타입

주방과 거실을 벽으로 나누지 않고, 서로 다른 생활이 한 공간에서 이어지도록 계획한 Gallery832 B타입.

주방을 감춰야 할 작업공간으로만 생각했다면 조리 기능을 집 안쪽에 두고 거실과 분리했을 것이다.

그러나 변화한 주방은 업무와 식사, 대화와 사색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래서 주방 자체만이 아니라 거실과의 관계, 그곳에서 바라보는 풍경과 빛까지 함께 생각해야 했다.

Gallery832는 이러한 변화를 실제 공간으로 옮긴 하나의 사례다.

주방에서 읽는 하이엔드 주거의 변화

주방 공간이 잘 계획된 집을 보면 왠지 모르게 살고 싶은 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재료와 비싼 가전 때문만은 아니다.

주방은 생활의 흔적이 가장 많이 드러나는 곳이고 여러 사람의 시간이 자주 교차하는 곳이다. 그 복잡한 기능이 정돈되어 있으면서도 다른 생활을 받아들일 여유가 느껴질 때, 그 집에서 살아가는 모습도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과거의 고급주거가 넓은 면적 안에 필요한 공간과 시설을 더하고 구분하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의 하이엔드 주거는 하나의 공간이 서로 다른 생활에 얼마나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는지를 생각한다.

그 변화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주방이다.

주방의 기능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주방으로만 보이지 않으면서, 변화한 생활을 받아들이는 집의 중심공간으로 자신의 역할을 넓혀가고 있다.

하이엔드 주거의 변화는 주방에 무엇을 더했는가보다, 주방이 서로 다른 생활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서 드러난다.


A Note from PNH

The kitchen reveals how luxury housing has changed. It is still a place for water, heat, storage, and cooking, but it is no longer defined by those functions alone. When ventilation, storage, lighting, and the island work quietly in the background, the kitchen can also become a place for work, conversation, rest, and shared time. Its value lies in how naturally it can hold different ways of li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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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 Park Nohhyun. Recording the journey from thought to space. Architect 박노현. 생각이 공간이 되어가는 과정을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