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 Note 004 - 선은 어떻게 공간이 되는가
LINE / SPACE / RELATION / ORDER
오래된 디자인 노트를 수도 없이 넘기며 당시의 고민들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디자인 노트에는 수많은 선들이 남아 있다.
직선도 있고 곡선도 있으며,
반복되는 패턴도 있고,
의미를 알 수 없는 기호 같은 흔적들도 보인다.
선과 선이 만나 만들어내는 평면적 공간의 관계를 읽을 수도 있고,
입면을 구성하는 형태의 단서들도 발견할 수 있다.
난 이때만 해도 선이나 공간, 형태에는 모두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방식의 그리기를 수많은 프로젝트에서 반복해 왔다.
선은 어떻게 공간이 되는가
건축은 처음부터 형태가 보이고 아름다운 공간이 계획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적어도 나의 경우는 그렇다.
처음부터 건물의 볼륨과 형태가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장소를 읽고,
자연을 이해하고,
기능을 정리하는 과정 속에서
하나의 선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선은 또 다른 선과 관계를 맺으며 점차 공간으로 발전한다.
형태를 찾는 과정
디자인 노트의 스케치들은 단순한 선들의 반복과 변형처럼 보인다.
선이 연결되고,
분리되고,
방향을 바꾸고,
다시 하나의 질서를 만든다.
언뜻 보면 단순한 드로잉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반복된 과정 속에서
질서를 찾고,
볼륨을 찾고,
그 장소에 어울리는 공간을 찾아가는 것이다.
건축의 형태는 건축가의 생각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장소와 자연, 기능이 먼저 방향을 암시하면,
건축가는 그 안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공간과 형태를 디자인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스케치는 단순한 선긋기가 아니다.
건축가가 스스로를 설득하는 과정이다.
공간은 관계에서 만들어진다
위의 스케치에서는 선들이 반복되며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 낸다.
하나의 선은 작은 영역을 만들고,
그 영역들은 서로 연결되며
하나의 공간 구조를 형성한다.
건축은 독립된 오브제가 아니다.
주변 환경과 관계를 맺으며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좋은 공간은 아름다운 형태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좋은 관계 맺기에서 시작된다.
사람과 공간의 관계,
공간과 공간의 관계,
건축과 장소의 관계.
그 관계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될 때
비로소 공간은 설득력을 갖게 된다.
자연이 제시하는 방향
마지막 스케치에는 자연의 흐름을 추상화한 드로잉과
그 흐름을 건축 형태로 발전시키는 과정이 남아 있다.
선 하나가
공간이 되고,
동선이 되고,
건축의 형태가 된다.
나는 오래전부터 건축이 자연을 닮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자연의 질서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빛이 들어오는 방향,
바람이 흐르는 방식,
사람이 움직이는 동선,
그리고 장소가 가지고 있는 기억.
이 모든 것들이 형태의 출발점이 된다.
노트를 다시 읽으며
처음부터 정답을 알고 있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선을 그리고,
지우고,
다시 연결하고,
비교하고,
의심하고,
또 그려보는 과정이 반복된다.
그 과정 속에서 생각은 조금씩 깊어진다.
돌이켜보면 이 노트는 형태를 만들기 위한 기록이 아니었다.
왜 이런 형태여야 하는지,
왜 이런 공간이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건축은 형태를 만드는 작업이 아니다.
장소와 자연, 기능이 요구하는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답에 스스로 설득되는 순간,
건축가는 비로소 자신의 건축을 믿게 된다.
건축의 형태는 건축가의 생각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장소와 자연, 기능이 먼저 방향을 암시하면,
건축가는 그 안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공간과 형태를 디자인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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