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tecture Essay 005 | MASS, 하나를 결정하기까지

건축의 MASS는 기능과 형태, 장소와 도시의 질서 사이에서 하나를 결정해 가는 어렵고 고단한 과정이다.

건물의 전체적인 크기와 덩어리,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윤곽을 건축인은 MASS라고 부른다.

MASS를 다듬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건축물은 기능을 담는 그릇이다. 무엇보다 그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그러나 기능을 충족했다고 해서 건축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건축물에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형태가 있다. 주변 건축물과의 관계가 있고, 도시의 질서와 가로의 흐름 속에서 맡게 되는 역할도 있다.

건축물은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의 건물이 들어선다는 것은 비어 있던 자리를 채우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건물의 높이와 폭, 깊이와 방향에 따라 거리의 표정이 달라진다. 주변 건물과 어울릴 수도 있고 강하게 대비될 수도 있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도 있고,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놓일 수도 있다.

그래서 MASS를 계획할 때는 많은 것을 한꺼번에 생각하게 된다.

01인지성LEGIBILITY
02정체성IDENTITY
03생동감VITALITY
04신비성MYSTERY
05장소성SENSE OF PLACE
06중량감VISUAL WEIGHT
07비례성PROPORTION
08통일감UNITY
09대비성CONTRAST
10공간감SENSE OF SPACE
11다양성DIVERSITY
12단순성SIMPLICITY
13구조미STRUCTURAL BEAUTY
14깊이감DEPTH
15리듬감RHYTHM
16경제성ECONOMY
17조화미HARMONY
18균형성BALANCE
19방향감DIRECTIONALITY

열아홉 개의 단어를 늘어놓았지만, 이 모든 요소를 완벽하게 정리하고 하나의 건축물에 모두 적용하며 눈에 보이도록 나타낼 수는 없다.

그 이유를 하나하나 나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양성과 단순성은 서로 다른 방향을 요구할 수 있다. 통일감과 대비성도 언제나 함께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중량감을 강조하면 생동감이 약해질 수 있고, 강한 인지성이 주변과의 조화를 방해할 수도 있다.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건축물이 놓이는 장소와 기능, 주변의 상황과 도시의 질서에 따라 판단은 달라진다. 어떤 건축에서는 정체성과 인지성이 중요하고, 또 다른 건축에서는 장소성과 균형성이 먼저일 수 있다.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이 답은 아니다.

그 장소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고, 무엇을 살리며 무엇을 절제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무엇을 더할 것인가만큼 무엇을 덜어낼 것인가도 중요하다.

MASS는 한 사람의 모델과 닮았다.

그 모델에게 입힐 수 있는 옷은 많다. 재료와 색, 입면과 디테일을 달리하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옷을 받아들이는 몸은 하나다.

옷은 여러 벌이지만 모델은 오직 한 명이다.

MASS도 하나다.

옷이 몸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장점을 드러낼 수는 있다. 그러나 몸의 비례와 자세까지 완전히 바꾸지는 못한다. 건축도 마찬가지다. 외부 재료와 세부적인 표현으로 인상을 바꿀 수는 있지만, 처음 만들어진 MASS의 근본적인 관계까지 감출 수는 없다.

그래서 처음의 판단이 중요하다.

조금 더 높일 것인가. 낮출 것인가. 비울 것인가. 채울 것인가. 하나로 묶을 것인가. 여러 덩어리로 나눌 것인가. 도로를 향할 것인가. 주변 건축물과 거리를 둘 것인가.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할 때가 많다. 작은 변화처럼 보여도 전체의 비례와 균형이 달라진다. 기능을 지키면서 형태를 정리하고, 주변에 순응하면서도 그 건축만의 정체성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어렵고 힘들고 고단하다.

한 가지 답을 찾았다고 생각한 순간 다른 문제가 나타나기도 한다. 기능을 바로잡으면 형태가 달라지고, 형태를 다듬으면 구조와 경제성을 다시 살펴야 한다. 주변과의 관계를 조정하다 보면 처음 생각했던 방향이 흔들리기도 한다.

그 과정을 몇 번이나 반복해야 하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긴 과정이 지나고 하나의 MASS가 자리를 잡으면 남다른 희열이 남는다. 수많은 조건과 서로 다른 요구가 하나의 몸으로 정리되었다는 감각이다.

아마도 건축가만이 느낄 수 있는 기쁨일 것이다.

거대한 항공모함도 작은 부품 하나가 고장 나면 움직일 수 없다.

MASS는 건축의 거대한 전체를 다루는 일이지만, 그 전체는 수많은 작은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어느 하나도 완전히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큰 덩어리를 결정하면서 작은 부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작은 부분을 살피면서도 전체의 방향을 잃지 않아야 한다.

건축은 하나와 여럿을 동시에 바라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완벽하게 정리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더 나은 질서와 균형을 찾는다. 수많은 가능성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고, 그 선택이 기능과 장소, 도시와 사람에게 어떤 모습으로 남을지를 끝까지 생각한다.

그렇게 건축의 길을 걷는다.

하나뿐인 MASS를 다듬으면서.


A Note from PNH

Architectural mass is never shaped by appearance alone. It must hold its program, respond to the street and urban order, and find a balanced relationship with its surroundings. Recognition, identity, proportion, rhythm, structure, economy, and many other qualities may guide the work, but no single building can express them all perfectly. The architect must decide what should lead and what should recede. Many forms are possible, yet only one mass will finally stand. That difficult process of selection is where architecture finds both its weight and its distinctive sense of exhila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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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 Park Nohhyun. Recording the journey from thought to space. Architect 박노현. 생각이 공간이 되어가는 과정을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