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가로 중심으로 공동주택 배치계획 | Project 007

오산세교지구 공동주택 단지설계경기
2005년 8월 · 설계경기 당선
스케치 : PNH · 자료 출처 : 원양건축
이 계획은 설계경기에 당선되었으나, 우리 계획안으로 준공되지는 않았다. 이후 타 건설사가 건립했으며, 이 글은 당시 우리가 제안했던 단지계획의 생각을 돌아보는 기록이다.
두 블록 사이의 길
대지는 두 개의 블록으로 나뉘어 있었다. 한쪽에는 고등학교와 초등학교, 녹지가 있었고, 다른 쪽에는 공동주택이 자리하고 있었다. 두 블록 사이에는 폭 10m의 보행자 전용도로가 놓여 있었다. 학생들에게는 통학로가 되고, 주민들에게는 일상의 생활가로가 될 길이었다.

두 주거 블록과 학교, 녹지, 주변 공동주택의 관계를 읽은 대지분석.
이 길에 건축이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했다. 단순히 지나가는 공간을 넘어, 사람들이 머물고 이웃을 만나는 장소가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보행자도로 하나를 활성화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두 단지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고 주민의 일상에 안정감을 주려면, 단지 안의 생활까지 이어져야 했다. 우리는 그 길을 계획하고, 길 위에 생활에 필요한 시설들을 연계했다.
생활가로는 주동 배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생활가로에는 연도형 주동을 배치했다. 가로를 따라 이어지는 낮은 판상형 부분과 고층 타워형을 결합해 새로운 주거동의 형태를 제안했다. 길에 면한 부분은 최대한 낮게 계획해, 걷는 사람에게 주는 시각적인 부담을 덜고자 했다.

고층 타워형과 저층 판상형을 결합하고 생활가로와의 관계를 검토한 모형.
하지만 생활가로 계획이 주동 배치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모일 이유가 없다면 가로는 활성화되기 어렵다. 찾아오고 머물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고, 그 시설을 담을 공간부터 함께 계획해야 한다.
길을 따라 게스트하우스, 멀티 프로그램실, 인포센터, 경로당, 보육시설, 피트니스센터 등을 배치했다. 중요한 것은 시설의 종류를 갖추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시설에 맞는 자리를 찾는 일이었다.

생활가로를 따라 부대복리시설을 배치하고 주거동과의 연결을 구상한 계획.
레벨은 관계를 조정하는 건축적 장치였다
시설마다 요구하는 자연환경과 동선의 조건이 다르다. 이러한 조건을 살피며 위치를 정하고, 길과 만나는 방식을 계획했다.
레벨을 결정하는 일도 이 과정과 떨어져 있지 않았다. 단순히 대지의 높낮이를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시설이 필요로 하는 환경과 동선의 조건을 건축적으로 풀어내는 일이었다. 나에게 레벨은 길과 시설, 서로 다른 공간의 관계를 조정하는 건축적 장치였다.

높낮이가 다른 외부공간과 시설, 보행 연결을 함께 구상한 스케치.
공간구상 스케치에서는 길이 만나는 지점마다 다른 공간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그 흐름의 끝에는 주거동의 주출입구가 놓이도록 구상했다. 단지의 큰 길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순간까지를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했다.

주거동의 높이와 배치, 광장과 생활가로의 관계를 보여주는 전체 모형.
큰 광장에서는 이웃의 웃음소리를 상상했다
길이 만나는 중심에는 광장을 계획했다. 주변의 문화시설과 단지 안의 생활공간이 엮이는 커뮤니티 코어를 만들고자 했다.

단지와 생활가로의 중심에 커뮤니티 코어를 두려는 계획 개념.
큰 광장에서는 이웃의 웃음소리를 상상했다.

광장과 주변 주거동이 만드는 생활의 풍경을 표현한 계획 투시도.
학교로 향하는 길, 녹지를 향해 열린 길, 주변 문화시설과 이어지는 길은 저마다 다른 성격을 가진다. 이러한 길들이 만나고 섞이면서, 그곳을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 이 단지만의 문화가 생겨나기를 기대했다.

학교와 문화, 자연으로 이어지는 서로 다른 성격의 길을 연결한 개념도.
자연이 생활 속으로 스며들도록
개발로 인해 주변 자연과 단지가 단절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했다. 대지가 가진 장점을 살려, 주변의 녹지가 단지 안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조경을 계획했다.
자연을 한곳에 모아두기보다 길과 광장, 주거동 사이로 이어지게 하고 싶었다. 생활공간 곳곳에 자연이 적절하게 재분배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주변 녹지의 흐름을 단지 안으로 받아들이고 보행공간과 연결하려는 계획.
길과 시설을 계획하는 일, 문화와 자연을 받아들이는 일은 별개가 아니었다. 모두 이곳에서 살아갈 사람들의 일상을 구상하는 일이었다.
그 길을 직접 걷는 마음으로

당시 계획안의 야경 투시도.
지금 생각해도 참 마음에 드는 계획이다. 20년의 세월이 지났는데도 그렇다.
대지의 레벨을 정리하고, 각 장소에 맞는 시설을 배치하고, 건물의 매스를 다듬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도면 위의 연결 동선을 직접 걸어가는 상상을 했다. 길을 따라 시설을 만나고, 광장을 지나, 주거동의 주출입구에 이르는 흐름을 생각하며 단지를 계획했다.
우리 계획안으로 지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길을 걸으며 구상했던 삶의 모습은 지금도 마음에 남아 있다.
지어졌다면, 좋은 단지계획의 한 모범이 되지 않았을까.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A Note from PNH
A lively residential street requires more than buildings along its edge. In this 2005 competition-winning proposal for Osan Segyo, shared facilities, gathering places, and residential entrances were planned as a connected sequence. Each facility’s environmental and circulation needs informed its location, while changes in level helped reconcile these conditions. Culture and surrounding greenery were considered within the same network. Although the winning scheme was not built, the architect still recalls designing it by imagining walking its paths—a way of planning that began with the everyday lives the estate might have suppor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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