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과 더블 그라운드, 바다를 품다 | Project 011

10년도 더 지난 기억을 깨우는 스케치들이다.
남아 있는 흔적과 기억을 더듬어보니, 짧은 시간 동안 진행했던 계획안이다. 거제 지세포항에 마리나베이 클럽하우스와 근린생활시설을 계획하는 프로젝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다. 손으로 그린 스케치들을 모아 설명자료를 만들고 건축주에게 보고했다. 몇 차례 미팅이 있었지만 프로젝트는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자료를 받아본 건축주는 조금 황당했을지도 모르겠다. 계획안이 모두 손으로 그린 것뿐이라니. 여기 남아 있는 스케치들은 모두 직접 그렸다.
형태와 축을 찾다
처음에는 매스의 형태와 축의 설정을 고민했다.
건물이 들어서면 바다를 바라보는 시야가 가려질 수 있었다. 그래서 중심에는 바다로 향하는 시각통로, 비주얼 코리도를 열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건물을 어디에 놓을 것인가만큼, 어디를 비워둘 것인가가 중요했다.

새로운 건축물만으로 배치를 생각할 수는 없었다. 기존 건축물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 살피며 선을 그었다. 배치에서는 지루함과 단순함을 지우고 싶었다.

공간의 레이어를 나누고 비주얼 코리도의 방향을 고민했다. 시설의 배치는 사람들이 움직이는 방향을 유도하는 일이기도 했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장소를 만들다
주변 시설과의 연계를 생각하면서 건물 사이에 공간도 보았다. 사잇공간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건축물의 배치와 함께 풀어야 할 질문이었다.

초기 아이디어를 다시 그리며 사잇공간의 개념을 정리했다. 건물의 형태뿐 아니라, 그 사이에서 사람이 경험할 공간을 생각했다.

바다를 바라보는 Double Ground
더블그라운드의 아이디어는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지면을 최대한 많이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나왔다.
하나의 지면에 머무르지 않고, 높이가 다른 장소에서도 바다를 즐길 수 있도록 구상했다. 오픈스페이스와 데크의 관계를 살피며 그 장소들이 어떻게 이어질지 생각했다.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계획안에 담고 싶었던 것 같다. 건물을 지나가는 길만이 아니라, 서로 다른 장소를 만나며 걷는 공간을 만들려 했다.
아이디어를 하나의 계획으로 모으다
생각을 종합하면서 바닥의 패턴과 각 공간의 역할을 담았다. 형태와 축에서 시작한 구상에 시설과 장소가 들어오며 계획이 구체화되었다.
아이디어를 종합하며 바닥의 패턴과 각 공간의 역할을 담은 계획 스케치.레이어와 동선의 흐름을 살피는 동안, 건축이 만들어낼 풍경도 함께 생각했다. 새로운 건축물이 들어선 뒤 이곳의 경관은 어떻게 달라질까.

매스의 형태와 마리나베이의 요트 정박장을 계획하면서 동선의 축과 시각통로도 보다 분명해졌다.

마지막 그림은 당시의 최종안으로 보인다. 짧은 시간 동안 이어간 고민과 아이디어가 하나의 계획안으로 모였다.

스케치가 남긴 것
이 자료에는 초기 스케치부터 공간 구상과 개념, 당시 보고한 계획안까지 남아 있다. 물론 생략되거나 보여줄 수 없는 스케치도 있다. 설계의 모든 과정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프로젝트는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남아 있는 것은 지어진 건물이 아니라, 그곳에 만들고 싶었던 공간의 흔적이다.
많은 이야기를 보태기보다 이 그림들을 함께 보고 싶었다. 처음의 선이 어떻게 공간의 관계를 얻고 하나의 계획안으로 구체화되는지.
바다를 향한 시야를 열고, 단조롭지 않은 배치와 머무는 장소를 만드는 것. 오래전 스케치에는 그 생각이 남아 있다.
그림을 따라가며 “건축이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하고 공감할 수 있다면 좋겠다.
PROJECT INFORMATION
프로젝트 · 거제 지세포항 마리나베이 계획안
계획 대상 · 마리나 클럽하우스 및 근린생활시설
진행 경과 · 건축주 보고, 프로젝트 중단
자료 · 건축가 직접 작성한 스케치와 계획 설명자료
대화 참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