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어떻게 도시에 대응하는가 | Project 012

2021년 가양동 복합개발 지명현상설계. 한강 조망을 위한 매스와 VOID, 사용자에게 나누는 공중정원, 면적을 넘어 체적을 생각한 M³의 계획을 기록한다.

가양동 복합개발 지명현상설계, 2021

가양동 복합개발의 적층형 매스와 VOID를 담은 영문 커버

PROJECT INFORMATION

위치: 서울특별시 강서구 가양동 · 대지면적: 22,871.30㎡
용도: 업무시설(오피스텔), 근린생활시설, 판매시설 · 규모: 지하 4층, 지상 36층
설계 시기: 2021년 7월 · 진행 방식: 지명현상설계 
역할: 설계총괄 · 원양건축

한강 가까이에서, 한강을 누리는 공간으로

2021년 7월,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복합개발 지명현상설계에 설계총괄로 참여했다.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근린생활시설과 판매시설을 함께 계획하는 프로젝트였다.

대지에서 가장 먼저 읽힌 것은 한강이었다. 그러나 한강이 가까이 있다는 것과 건물 안에서 실제로 한강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주변 건축물의 높이와 위치, 동 사이의 간섭과 세대의 방향에 따라 조망의 조건은 달라졌다.

계획을 시작하며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공간에서 한강을 바라볼 수 있을까.
그리고 이곳의 오피스텔은 기존 상품과 무엇이 달라야 할까.

조망과 상품의 경쟁력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었다. 한강을 바라보는 시선이 내부 공간의 구성과 연결될 때, 이 대지만의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주변 건축물 사이에 배치된 가양동 복합개발의 계획 모형
주변 건축물과의 관계 속에서 높이와 매스의 구성, 비워진 공간을 검토한 계획 모형.

기존 건물을 비껴 한강을 바라보다

조망을 확보하기 위해 가능한 범위에서 높이를 확보하고자 했다. 그러나 높이만으로 해결되는 일은 아니었다. 주변 건물에 가려지는 방향을 살피고, 매스의 위치와 조합을 조정하며 한강을 향한 시선의 틈을 찾아야 했다.

건물은 동일한 평면을 반복하여 쌓는 방식에서 벗어나, 덩어리가 어긋나고 그 사이가 비워지는 구성으로 발전했다. 채워진 부분과 비워진 부분을 함께 계획하면서 조망과 외부 공간의 가능성을 살폈다.

이때의 VOID는 입면에 변화를 주기 위한 장치만은 아니었다. 매스 사이에 공중정원과 외부 휴게공간을 두어, 고층에서도 잠시 밖으로 나와 빛과 공기, 식재를 접할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형태가 달라졌다면 그 안에서 누리는 공간도 달라져야 했다.

한강을 바라보는 내부의 시선과 도시에서 바라보는 건물의 모습도 함께 생각했다. 거대한 벽처럼 닫힌 건물이 아니라, 여러 높이에서 틈과 깊이가 드러나는 ‘열린 창’을 만들고 싶었다.

조망을 확보하기 위한 높이와 VOID의 관계를 설명하는 입면 개념도
높이와 조망을 검토하며 매스와 VOID의 관계를 발전시킨 개념도.

도시와 만나는 저층부

상부의 계획이 한강을 향한 시선에서 출발했다면, 저층부는 주변 도시와 만나는 지점에서 시작했다.

대지 주변의 주요 노드점을 분석하고, 각 지점의 요구에 맞는 공간을 구성하고자 했다. 저층부를 하나의 방식으로 처리하기보다, 서로 다른 조건을 읽고 그에 대응하는 장소를 배치하는 것이 중요했다.

오피스텔과 근린생활시설, 판매시설이 함께 들어서는 만큼 건물 안의 생활과 주변 도시의 흐름을 함께 고려해야 했다. 높은 곳에서 얻는 조망만으로는 이 프로젝트를 설명할 수 없었다. 지상에서 건물에 접근하고, 그 주변을 지나며 경험하는 공간 역시 계획의 한 부분이었다.

상부에서는 한강을 향해 시선을 열고, 저층부에서는 주변의 요구에 대응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 이것이 가양동 계획에서 도시를 대하는 방식이었다.

주변 가로와 저층부 및 공중정원의 관계를 측면에서 본 모형
주변 가로와 건축물 사이에 놓인 저층부, 그 위로 이어지는 입체적인 매스 구성.

㎡에서 M³로

이 프로젝트에는 지속적으로 고민해 온 M³, 즉 큐빅 공간의 개념이 담겨 있다.

오피스텔은 흔히 면적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사람이 경험하는 공간은 바닥면적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높이와 깊이, 시선이 닿는 거리, 다른 공간과 연결되는 방식에 따라 같은 면적도 다르게 느껴진다.

가양동 계획에서는 평면의 X축과 Y축에 머물던 생각을 Z축으로 확장하고자 했다. 그렇다고 높이를 더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보지는 않았다. 수직으로 공간을 늘리더라도 각 공간이 서로 단절되어 있다면 입체적인 공간의 가능성을 충분히 살리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수평과 수직의 공간이 관계를 맺고, 생활의 요구에 따라 서로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일이었다.

X축과 Y축의 평면에서 Z축과 공간 간 관계로 확장되는 체적 개념
수평적 확장과 수직적 확장의 한계를 살피고, 공간 사이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구상한 개념도.

이 생각은 세대의 조합과 외부 공간의 구성으로 이어졌다. 공간을 어떻게 묶고 어디를 비울 것인지, 그 틈에서 내부와 외부가 어떻게 만날 것인지를 함께 검토했다.

공중정원은 사용자를 위한 공간이었다. 특정한 높이나 일부 구역에만 집중시키지 않고 여러 높이에 고르게 배분하려 했다. 지상에서 멀어진 사용자도 가까운 곳에서 외부 공간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랐다.

단위 공간을 조합하고 비워 외부 공간과 입체적인 연결을 만드는 도해
단위 공간의 결합과 분절을 통해 외부 공간과 입체적인 연결을 구상한 과정.

체적 안에 생활을 담다

M³의 개념은 비워진 큰 공간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 안에서 어떤 생활이 가능한지를 함께 생각했다.

개념도에는 복층, 두 개 층 높이의 공간, 테라스와 휴식 공간, 프라이버시를 위한 영역을 담았다. 각각을 따로 더하기보다, 하나의 체적 안에서 어떻게 배치하고 관계를 맺게 할 것인지 고민했다.

어떤 곳에서는 시선이 위로 열리고, 어떤 곳에서는 자신만의 영역이 확보된다. 외부로 나가는 테라스와 쉬어 갈 공간도 필요했다. 개방감과 프라이버시는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함께 조율해야 할 조건이었다.

복층과 프라이버시, 휴식 및 테라스를 체적 안에서 연결한 생활 개념도
프라이버시와 복층, 휴식과 테라스 등 서로 다른 생활의 요구를 하나의 체적 안에서 검토한 개념.
로프트 플라자와 두 개 층 높이 공간 및 테라스를 배치한 입체 구성
높이가 다른 공간과 외부 공간을 입체적으로 배치한 구성 개념.

이것은 개별 세대의 상세 설계가 모두 확정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면적 중심의 상품계획에서 벗어나 높이와 체적, 내부와 외부의 관계를 설계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제안이었다.

높은 공간 자체보다, 그 높이가 생활에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가 중요했다.

현실화를 위해 남겨진 숙제

이 계획은 공모에서 선정되지 않았다. 제안한 공간을 실제 건축으로 이어가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남아 있었다.

어긋난 매스와 큰 VOID는 구조적인 검토를 요구했다. 여러 높이에 놓인 공간을 연결하는 동선, 공중정원에 대응하는 설비와 유지관리, 증가할 수 있는 공사비도 함께 고려해야 했다.

이들은 나중에 정리할 부수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공간의 제안이 실제로 성립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조건이었다. 조망과 체적을 통해 얻으려는 가치가 구조와 운영, 사업성 안에서도 설득력을 가져야 했다.

그럼에도 이 방향을 놓지 않았던 것은, 한강이라는 대지의 조건을 익숙한 평면의 반복만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망을 위해 바꾼 매스가 외부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이 다시 사용자의 생활을 바꾸는 데까지 나아가고자 했다.

프로젝트 아카이브에는 제안한 생각과 함께, 더 검토해야 했던 문제도 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당시 설계가 어디까지 나아갔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기 때문이다.

공중정원과 대형 VOID가 반복되는 가양동 복합개발 최종 투시도
조망을 위한 매스 구성과 여러 높이의 VOID, 저층부 공간을 함께 담은 최종 계획안.

도시에 대응한다는 것

가양동 프로젝트는 한강 조망에서 시작했지만, 그 질문은 건물의 형태에만 머물지 않았다.

주변 건물을 고려하여 매스를 구성하고, 그 사이의 비움을 사용자의 공중정원으로 나누고자 했다. 저층부에서는 도시와 만나는 지점의 요구를 읽었으며, 생활공간에서는 면적을 넘어 체적과 입체적인 관계의 가능성을 찾고자 했다.

도시에 대응한다는 것은 주변의 모습을 건물에 옮기는 일만은 아니었다. 그곳의 조건이 공간의 구성을 바꾸고, 그 변화가 사용자의 경험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일이었다.

같은 면적이라도 더 깊은 조망을 갖고, 높이와 외부 공간을 다르게 누릴 수 있다면 생활의 가능성도 달라질 수 있다.

가양동 계획은 그 가능성을 건축으로 묻고자 했던 제안이었다.

Architect Park Nohhyun. Recording the journey from thought to space. Architect 박노현. 생각이 공간이 되어가는 과정을 기록합니다.